한국부동산원 AI 이상거래 모니터링 – 수십만 건의 실거래, AI가 고위험 거래부터 찾아낸다
“수십만 건의 부동산 거래 가운데,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거래부터 먼저 찾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부동산 거래가 신고됐다고 해서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세사기나 편법증여처럼 정상적인 거래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불법·이상거래를 찾아내려면 여러 거래정보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문제는 매달 쌓이는 실거래 데이터의 규모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은 부동산 실거래 신고자료를 바탕으로 거래가격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이상거래를 선별해 세부 분석과 조사를 진행합니다. 이후 소명자료를 확인하고 위법 의심사항이 확인되면 관계기관에 통보합니다.
기존에는 조사자가 개별 거래를 하나씩 살펴보며 이상징후를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세사기가 조직화되고 거래 패턴도 복잡해지면서 사람이 모든 거래를 같은 깊이로 확인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생겼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은 이 문제를 AI로 바꿨습니다.
모든 거래를 순서대로 조사하는 대신, 과거의 이상거래 패턴을 학습한 AI가 위험도가 높은 거래를 먼저 추천하고 조사자는 해당 거래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Challenge – 매달 쏟아지는 실거래를 사람이 하나씩 골라내기 어려웠어요
부동산 이상거래 조사는 단순히 시세보다 비싸거나 싸게 거래된 사례만 찾는 업무가 아닙니다.
계약가격과 기간, 재계약 여부뿐 아니라 물건의 공시가격과 시세, 건물 유형, 임대인의 거래 이력과 보유관계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전세사기는 더 복잡합니다. 한 명의 임대인만 보면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이더라도, 여러 임대인이 같은 건물이나 거래망 안에서 반복적으로 연결돼 있다면 조직적인 거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존 방식은 개별 거래마다 미리 정의된 로직을 적용하고 조사자가 직접 분석하는 구조였습니다. 이 방식으로는 조사 대상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인력과 시간이 함께 늘어납니다.
또 한 번의 기획조사로 끝내면 새로운 거래가 쌓이는 동안 위험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조사 인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백만 건의 데이터에서 위험 가능성이 높은 거래를 자동으로 좁혀주는 방법이었습니다.
Solution – 과거 거래 패턴을 학습해 ‘고위험 리스트’를 먼저 만들어요
한국부동산원은 2023년부터 부동산 불법행위와 이상거래 선별을 위한 AI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과거 수년간 실제로 적발된 거래를 분석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정리하고, 다양한 머신러닝·딥러닝 모델을 비교해 XGBoost 기반 전세사기 예측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2024년에는 이 모델을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에 탑재했고, 2025년부터 실제 기획조사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개별 이상거래 분석 → 조사 방식에서 AI가 추천한 고위험 거래 → 우선 조사 방식으로 조사 순서를 바꾼 것입니다.
① 약 320만 건의 전세계약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해요
AI가 이상거래를 판단하려면 단순한 계약가격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국부동산원은 2020~2023년 확정일자 기준 약 320만 건의 전세계약 정보를 활용했습니다.
여기에 약 1만6천 건의 전세사고 사례와 2023년 전세사기 기획조사에서 국토교통부로 보고된 1,994명의 정보를 연결했습니다.
AI가 살펴보는 정보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계약 정보
계약일
계약기간
보증금
재계약 여부
물건 정보
공시가격
시세
물건 유형
준공 여부
임대인 정보
임대 횟수
전세계약 후 매도까지 걸린 기간
매매 횟수
매수 후 전세계약까지의 기간
상습채무불이행 여부
개별 계약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계약·주택·임대인의 거래 이력을 함께 분석해 이상패턴을 찾는 구조입니다.
② AI가 의심거래를 선별하고, 조사 결과를 다시 학습해요
실제 업무에서는 RTMS에 전세계약이 신고되면 AI가 의심거래를 선별합니다.
이후 해당 전세계약을 체결한 임대인의 매매거래를 연결해 기획조사 대상으로 선정합니다.
조사자가 실제 거래를 확인해 위법 의심 여부를 판단하고, 국토교통부에 보고한 조사결과는 다시 AI 모델의 학습데이터로 활용됩니다.
즉, 거래 신고 → AI 선별 → 조사 → 조사결과 환류 가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AI가 한 번 만들어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조사결과를 계속 반영하면서 선별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입니다.
③ 개별 전세사기에서 ‘조직적 전세사기’까지 분석 범위를 넓혀요
한 명의 임대인만 분석해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전세사기를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를 위해 사회연결망 분석(SNA)과 K-Core 분석을 적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임대인이 같은 건물에서 반복적으로 임대계약을 체결했다면, 서로 얼마나 자주 연결되는지를 분석합니다.
여러 사람과 촘촘하게 연결된 임대인 집단이 발견되면 해당 집단 안의 거래를 추가로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즉 기존에는 ‘이 임대인의 거래가 이상한가?’를 판단했다면, 이제는 ‘이 임대인들이 서로 어떤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가?’ 까지 분석 범위를 넓힌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개별 거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조직적인 거래 패턴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④ 편법증여 의심거래도 AI로 자동 선별해요
전세사기뿐 아니라 편법증여 의심거래도 AI 분석 대상으로 확대했습니다.
편법증여 모델은 기존 직거래 기획조사에서 활용하던 이상거래 패턴을 학습합니다.
대표적인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대주가 일치하는 직거래
동일 주소 간 거래
차입금이 과도한 거래
동일인 간 매도 후 재매수
연소자 거래
법인과 특수관계인 간 이상 고·저가 거래
2026년 3월 개발을 완료한 편법증여 의심거래 모델의 재현율은 67.45%였습니다.
553건의 조사 대상 가운데 373건을 찾아낸 결과입니다.
아직 모든 의심거래를 포착하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조사 결과를 다시 학습시키며 재현율과 정밀도를 높이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⑤ GIS로 이상거래가 어디에 몰려 있는지도 확인해요
거래를 목록 형태로 보는 것만으로는 특정 지역에 이상거래가 집중되는 현상을 빠르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은 AI 이상거래 선별 결과를 GIS와 연결해
시·도
읍·면·동
행정구역
개별 물건
단위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기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AI가 위험거래를 선별하고, GIS가 그 거래가 어디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개별 거래뿐 아니라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상징후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Benefit – 3일 걸리던 조사대상 추출을 2시간 이내로 줄였어요
AI 도입 후 가장 큰 변화는 조사대상을 찾는 방식과 시간입니다. 기존에는 조사자가 개별 거래를 하나씩 검토하며 이상거래를 찾았습니다.
이제는 약 320만 건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이상거래 패턴과 연결망을 분석하고, 위험도가 높은 거래를 자동으로 선별합니다.
그 결과 조사대상을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건당 3일 → 2시간 이내로 줄었습니다. 약 97% 단축된 수준입니다.
조사의 후속 결과도 개선됐습니다. 조사 이후 실제 관계기관에 통보된 거래의 비율은 49.5% → 55.8% 로 6.3%p 상승했습니다.
AI가 모든 거래를 대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조사자가 실제로 확인할 가치가 높은 거래를 먼저 볼 수 있도록 조사대상의 우선순위를 바꾼 효과입니다.
연 1~2회 조사에서 분기별 정례 모니터링으로 바뀌었어요
업무주기도 달라졌습니다.
기존에는 인력 중심의 분석으로 인해 이상거래 기획조사가 연 1~2회 수준의 수시 조사로 진행됐습니다.
AI 자동 선별을 적용하면서 분기별 정례 모니터링으로 전환했습니다.
한 번 대규모 조사를 진행하고 끝내는 방식보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고위험군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에 가까워진 것입니다.
결국 AI가 바꾼 것은 단순히 조사시간만이 아닙니다.
경험 기반 수작업 조사 → 데이터 기반 위험 선별
개별 거래 중심 → 패턴과 관계망 분석
연 1~2회 수시조사 → 분기별 정례 모니터링
으로 업무 방식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확장 가능성 – 전세사기에서 집값 띄우기·담합·투기까지
현재 한국부동산원은 전세사기와 편법증여를 중심으로 AI 모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조사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하고 모델의 재현율과 정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이상거래 유형도 세분화할 계획입니다.
확장 가능한 영역에는 집값 띄우기, 부동산 담합, 외국인 투기 등이 포함됩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범용 AI가 모든 불법행위를 찾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전세사기, 편법증여, 담합처럼 위험 유형마다 다른 패턴을 정의하고 해당 거래 특성에 맞는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입니다.
거래 데이터와 실제 조사 결과가 계속 축적될수록 AI가 학습할 수 있는 패턴도 많아지고, 상시 모니터링의 범위 역시 넓어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 AI가 조사관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봐야 할 거래를 찾아줘요
부동산 이상거래 조사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거래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매달 수많은 거래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거래부터 살펴봐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가 됐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은 AI를 활용해 이 순서를 바꿨습니다. AI가 수백만 건의 거래에서 이상패턴을 찾고, 고위험 거래를 먼저 추천하고, 조사자는 해당 거래의 실제 계약관계와 소명자료를 확인합니다.
조사결과는 다시 AI에 반영돼 다음 선별에 활용됩니다. 즉 AI의 역할은 불법거래를 최종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놓치기 쉬운 거래를 먼저 찾아 조사 역량을 집중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수작업으로 모든 거래를 살펴보던 조사에서 데이터가 먼저 위험신호를 알려주는 상시 모니터링으로.
한국부동산원의 사례는 AI가 공공행정에서 어떻게 ‘더 많은 데이터를 보는 기술’을 넘어 ‘어디를 먼저 봐야 할지 알려주는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